◆여행정보 [2024.03.16 기준]
>레이캬달루르 온천(Reykjadalur hot spring thermal river)
-위치: Reykjadalur 816, 816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가까운 노천온천
-무료 노천온천이라 입장료는 없지만, 레이캬달루르 공원 주차료가 있음
*주차료: 총 소요시간 4시간 15분에 1200 ISK
-사진만 보고 시냇물 졸졸 흐르는 데크라 평지일 거라 생각하고 방심하고 갔는데, 꽤나 산길임. 등산이다 생각하셔야 함.
-환복 할 수 있는 장소가 굉장히 열악함. 외국인들도 그냥 바닥에 내려놓고 서로 가려주면서 환복함.
-준비물 팁: 큰 수건(몸도 닦고 환복시 가리개용), 바닥에 깔만한 무언가(돗자리, 비닐 뭐든. 짐 내려놓고 환복 할 때 올라갈 용도), 목욕바구니, 시원한 맥주나 음료
◆여행기
2024.03.16
오늘 일정은 온천 하나뿐이기 때문에 느긋히 나와서 온천으로 이동해 본다.
여행 준비할 때 "빠니보틀 유투브 보면 아이슬란드 무료 노천온천 진짜 멋지더라!"라는 말을 듣고
아니 아이슬란드 온천 비싼데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봤다.
정말 그냥 초원 위에 떵그러니 탕이 있고 호스 하나를 통해 온천물이 나오는 것 같은 곳이었는데 사방이 탁 트인 게 꽤나 운치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미 욕탕이 사라지고 개발을 하는 건지 온천이 사라졌다는 최근 후기가 많아서 패스ㅠㅠ
예전에 갔던 블루라군 또 가볼까, 아니면 레이캬비크 가까운 곳에 다른 괜찮은 노천온천 뭐 없나 계속 써치 하다가 발견한 레이캬달루르 온천!
블로그나 한국인 후기가 많지는 않지만 쪼금의 정보는 얻을 수 있었고, 구글맵 리뷰 보니 운영은 하는 것 같아서 가보기로 한다.
구글맵에 찍힌 곳으로 들어가니 공원 주차장이 나온다.
오..? 일단 눈앞에 온천은 없고 산이 보이고, 흘려 내려오는 물길이 보인다.
친구: 나 저 산 꼭대기에 있는 거면 안 갈래
나: 나도 산꼭대기에 있는 거면 안가~~ 사진 보니까 데크도 깔려있고 평지야, 이 산들 사이에 있는 거 아니려나? 비 좀 오는데 우산 들고 갈까?
친구: 많이 안 오니까 난 그냥 갈래
막상 혼자 우산 들고 가려니 귀찮기도 하고, 비도 그렇게까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옷의 방수를 믿고 그냥 출발한다.
초입 올라가는 길의 황토색 산엔 부글부글 끓는 물과 진흙이 있었다. 펄펄 끓고 있어서 손을 넣지 말라는 표지판도 있다. 간헐천 게이시르보다는 북부의 흐베리르(Hverir) 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등산로 오른쪽으로는 김이나는 시냇물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손을 담가보니 따뜻했다.
'온천수구나! 온천하는 곳이 곧 보이려나보다!'
희망을 가지고 계속 걷는다.
하지만 황토색의 산도 넘고, 온천수 냇가와는 점점 멀어져 가고, 밑에서 봤던 산의 꼭대기도 가까워지는데.. 대체 이 높이에 온천이 있는 게 맞나???
눈앞에 보이는 저기까지만 가보자, 조금만 더 가보자 해서 가는데 평지와 데크는 보일 생각도 안 하고, 눈앞에 이어지는 건 반쯤 녹은 눈으로 질척이는 경사진 등산로뿐이다.
이상해서 구글 맵에 뭔가 나오는 게 있나 보니까 저 위쪽으로 Bathing Pools 라는 곳이 보이는데.. 거기라고 치면 아직 절반도 안 왔다.
'아니 설마 진짜 저기겠어? 저기겠어??? 저만큼을 더 가야 한다고? 아니야 아직 폭포도 안 나왔잖아 설마 다른 길이겠지..'
했는데 가다 보니 나오는 폭포...ㅠㅠㅠㅠㅠㅠㅠ진짜 저기인가 봐 ㅠㅠㅠㅠ
나: ... 지도에 나온 여기인가 본데 더 갈까? 갈 수 있겠어? 그냥 포기할까? ㅠㅠ진짜 여기면 온 만큼은 더 가야 하는 것 같은데..
친구: ...이미 산꼭대기 올라온 거 그냥 좀 더 가보자.. 이 길을 우산을 들고 오려고 했다고? 여기를~~?
친구의 우산놀림 타령을 들으며 조금 더 가니 평지가 나온다..! 저 산골짜기 넘어 김이 폴폴 나오는 데가 보이는데 저기인가 싶고, 걸어가다 보니 네이처바스 표지판도 보인다..! ㅠㅠ정말 온천이 있긴 있고 맞는 길을 오긴 했나 보다ㅠㅠ 감동
눈 쌓인 평원을 지나 드디어 노천 온천 도착!!
역시 하류보다는 상류가 낫겠지 하며 데크를 쭉 따라 걷는다.
짐을 놓고 얼레벌레 환복을 하고 어으 춥다 하면서 온천 상류에 발을 담그는데
ㅋㅋㅋㅋ너무 뜨겁다 ㅋㅋㅋㅋ 진짜 뜨겁다 사람들이 없는 이유가 있다ㅋㅋㅋㅋ
목욕탕의 열탕 이상..? 일단 무조건 40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발목까지만 담갔다 나왔는데 발부터 발목까지만 빨간 양말 신듯 익었다ㅋㅋ
여긴 안 되겠다 해서 다시 짐 바리바리 싸들고 편안하게 몸 담글 자리를 찾아본다.
상류 쪽을 바라보고 왼쪽에서는 온천수가, 오른쪽에서는 빙하수가 내려오는 건지
두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에 있으면 한쪽은 뜨겁고 한쪽은 차갑다.
적당히 따뜻한 곳에 몸을 담그고 주위의 아름다운 설산을 감상해 본다.
엄청 편안할 줄 알았지만, 자연온천이라 밑이 흙+돌바닥이라 가만히 앉아있다 보면 수영복에 흙알갱이들이 좀 쌓이고 위치를 잘 찾아야 엉덩이나 등이 덜 배기게 누울 수 있다.
그래도 산 넘고 물 건너 자연 속에 퐁당 몸 담그고 있자니 행복해진다. 풍경도 아름답고 정취도 있고. 낭만적이다.
시원한 맥주 한 캔 정도 있었으면 금상첨화였겠다.
올라오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써서 조금 몸 담그니까 이제 슬슬 내려가야겠다 싶은 시간이 왔다.
몸 담그고 있자니 갈증도 나는데 마실 것도 없어서 겸사겸사 온천에서 일어난다.
온천 들어갈 때는 겉옷만 벗으면 됐는데, 나올 때는 젖은 옷들도 다 벗고 갈아입으려고 하다 보니 난이도가 꽤 있다.
젖은 땅에 모자 떨어져서 흙 묻고, 갈아입을 옷 비닐 위에 놔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같이 날아가서 바닥에 뒹굴고 난리도 아니었다. 큰 수건으로 열심히 가려가며 어찌저찌 갈아입고 이제 하산 시작.
확실히 내려가는 길은 빠르다. 끝이 어딘지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우리가 하산하는 시간에도 목욕바구니를 들고 성큼성큼 올라오는 외국인들이 있었다. 그냥 동네 목욕탕 가듯 아무렇지 않게 산을 올라가는 모습이 대단하다 싶고 가방에 꽂혀있는 맥주 한 캔이 재밌었다.
예상 밖의 등산이 당황스러워서, 그렇지 잘 준비해서 왔으면 트래킹 하는 시간까지도 너무 좋았을만한 곳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맥주도 챙겨서 여유롭게 다시 와 보고 싶다.
이제 케플라비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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