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24 아이슬란드+남미+멕시코

[D+3 밤] 오로라를 만나다

반하_ 2024. 8. 7. 00:27

◆여행기

 

2024.03.13. 노을은 다 지고 하늘은 어두워졌다. 구름도 많이 없고 별도 총총 보이는데, 오로라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어플 상에선 오로라지수가 쬐금 보이고.. 나름 오로라 지도의 초록색도 숙소지역을 덮고 있는데 하늘은 까맣기만 하다.

혹시 숙소 앞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일까 싶어 숙소 안팎을 들락날락해 봤지만 까만 밤하늘엔 별뿐이다.

 

점차 밤이 깊어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오늘도 못 보면 진짜 어떡하냐..ㅠㅠ 일단 내일 숙소도 없으니 숙소 예약이나 하면서 기다려야겠다. 남은 이틀은 무조건 오로라 보기 좋은 호텔로 몰빵 한다..!!

혹시라도 눈이 오거나 하면 너무 산속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하니, 그래도 1번 국도와 너무 멀지 않아 보이는 산속 숙소로 이틀 치를 예약해 본다. 구글맵에 검색되는 온갖 숙소들을 클릭해 봐서 오로라 봤다는 리뷰가 있는지 뒤져보고, 1박에 30만 원 넘는 곳은 아웃시키고, 부킹닷컴 아고다 등 어디 사이트가 더 저렴한지 비교하고. 이렇게 머리 잡고 숙소를 뒤지는 동안 오로라지도의 초록색 부분은 우리가 있는 지역을 지나가고 있고, 회색음영뿐이다. 오로라 지수도 초록색을 보이며 바닥.. 삼십 분에 한 번씩은 숙소밖을 나갔다 와봐도, 뭔가 구름이 낀 거 같아 핸드폰을 들이밀어도 초록빛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벌써 하루를 넘어가 새벽 1시.. 하루종일 운전한 친구는 누워만 있겠다더니 어느새 기절잠을 자고 있다. 나도 일단 조금 자고 새벽에 다시 일어나야지. 

 

2시간 정도 눈 붙인 후 알람이 울려 일어났다. 하.. 어플상 오로라 볼 확률은 거의 절망적. 그래도 기다려본다. 오늘이 아니면 일기예보가 앞으로 쭉 구름이란 말이야ㅠㅠㅠ 지수는 좋지 않지만 남은 날 중엔 오늘이 제일 희망적인 건데..!!

나갔다 오고, 졸다가, 다시 깨서 핸드폰보고 밖에 보고 반복하다가 4시가 넘어간다.

어휴 몇 시간 있으면 아주 해도 뜨겠다. 

진짜 추운 밖과 라디에이터 빵빵한 숙소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지친다.

창문 밖엔 아직도 까맣고 이제 진짜 마지막..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나가보자 하면서 나갔다.

 

근데 어..? 어??! 어!!!!!!!! 희미한 초록빛이 보이는 것 같다. 

카메라를 대보니 초록색이다

오로라다!!!!!!!!!!!!!!!

 

"오로라!! 오로라 나왔어 빨리 나와!!!"

숙소로 바로 튀어 들어가서 친구를 흔들어 깨우고, 둘 다 헐레벌떡 행거에 걸어둔 외투 집히는 대로 집어 입고 나온다. 

친구가 이렇게 빠르게 일어나는 건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 적이 없다.  

 

숙소 앞에서 저 멀리 산너머쯤 초록빛이 일렁이는 걸 보고, 사진도 찍은 후에

가로등이 없다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차를 타고 오로라헌팅을 나가보기로 한다.

방향은 일단 오로라를 향해 좌측으로!

 

갔더니 망했다. 무슨 컨테이너? 같은 농기구들이 주차된 건물이 나오더니 시야를 가리고 가로등도 듬성듬성 계속 있다.

그래서 이번엔 우측으로 고고!

 

가는 길이 정말정말 어두워서 결국 멀리는 못 가고, 깜깜한 도로의 갓길에 주차했다.

확실히 빛이 없으니 오로라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초록빛이 굵어졌다가 가늘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더니

 우리 머리 위에도 어느새 새로운 초록빛이 드리워진다.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시야 가득하게 초록빛이 너울너울 춤추며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데 무척 환상적이었다.

엄청나게 강렬한 빛은 아니었지만, 눈앞에 투명한 초록빛의 커튼자락이 가득해서 그 빛에 휩싸이는듯한 황홀함을 느꼈다.

 

감동한 뒤

이 순간을 너무 남기고 싶어서 고프로와 핸드폰으로 열심히 찍어봤지만

기술이 부족한 건지 영상은 시커멓기만 했고,, 핸드폰도 눈으로 보는 것보다 아쉽게 나왔다. 

그래도 이때였을까, 서브로 가져온 친구네 어무니 폰이 내 폰이나 친구폰보다 사진이 잘 나온다는 걸 알게 된 때가.

 

너무 추워서 핸드폰 만지는 손끝 코끝은 얼고

허겁지겁 나오느라 둘의 옷은 바뀌어있고

장갑을 꼈다 벗었다, 차에 들어갔다 나왔다, 불을 켰다 껐다 우당탕탕 난리였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너무 추웠지만 떠올리는 기억의 온도는 따스하다. 

 

열심히 놀다 보니 점차 하늘이 밝아져 오고

차에 들어가 있어도 더 이상 몸이 녹지 않을 때쯤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반. 

 

예전에 오로라를 봤던 그 숙소에서 또 오로라를 보게 되다니

정말 오로라 보기 최적의 숙소인가 보다. 날씨요정인 엄마가 여기다가 행운을 남겨두고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쭉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밤이었다. 

 

사진으로 찍으니 초록빛이 보이는 것이.. 오로라다!! 진짜 오로라가 나타났다!!!
이제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의 오로라. 저 초록빛이 두꺼워졌다가 얇아졌다가 휘었다가 뻗었다가 한다.
빛의 기둥이 내려오듯 세로선들이 샤라라락 나타났다가 그들이 합쳐져서 면이 되었다가 반복한다.
숙소앞에서 찍은 투샷. 오로라라니 넘 신나쟈나!!!! 비록 과한 노출에 사람은 다 날아갔지만 신남과 흥분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어두운 곳을 찾아 이동 후 갓길 주차한 상태. 한 시간 정도 동안, 차는 한 대도 없었던거 같은데.. 아니다 한 대 정도 지나갔나.. 암튼 차가 정말 없었다.
친구의 지플립사진. 왜때문에 갑자기 흑백같죠?
구름이 있어 아쉽지만 오로라가 가장 진하고 밝았던 때. 댄싱댄싱 오로라!
초록빛 빛의 기둥들이 머리위로 가득히 내려와 시야를 다 채웠던 순간. 오로라에 온몸이 감싸이는듯한 느낌이 황홀했다. 우주속에 있는듯한 신비로운 느낌

 

오로라에 별똥별까지! 오예
점차 날이 밝는지 주황빛이 많이 들어옴.. 그리고 구름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행복했다.